국방부 대체복무제 도입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o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오늘 국방부가 발표한 대체복무제 도입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 국제인권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o 국방부는 지난 6월 28일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 관련 법률안을 마련‧발표하였습니다. 법률안은 대체복무 신청자에 대한 심사기관을 국방부 산하에 설치하고, 대체복무자를 교정시설에서 현역군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 간 합숙 형태로 복무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o 그동안 인권위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대체복무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위해 군과 독립된 심사기관을 마련하고, 현역 군복무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를 위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복무를 하도록 여러 차례 권고해왔습니다.
o 또한 최근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 대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국방부 실무추진단의 대체복무제 도입안이 국제적 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전하면서, 해당 제도안의 대체복무가 징벌적이고 차별적이며 극도로 제한적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이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권고에 부합하지 않는 것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o 국방부는 제도의 악용 가능성 방지, 현역 군복무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국방부로서는 국토방위와 안보에 대한 우려 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바와 같이 “병역기피 풍조를 방지하는 것은 양심을 가장한 병역기피자들을 정확하게 가려내어 처벌함과 동시에 군복무여건을 개선하고 병역 내 악습과 부조리를 철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달성하여야 할 일”이며,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고역의 정도가 과도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라 하더라도 도저히 이를 선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복무제를 유명무실하게 하거나 징벌로 기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o 특히 현재 현역 군복무 외에 시행 중인 다른 유형의 복무자들은 출퇴근 근무를 하거나, 본인의 자격이나 기술 등을 기반으로 향후 자신의 진로와 연계시킬 수 있거나, 현역 군복무자에 비해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 등 복무 여건에 상응하는 복무기간이 고려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의 법률안은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복무 영역이나 기간 등 구체적인 복무내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o 대체복무제 도입은 국가구성원으로서 국방의 의무 이행과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조화시키고, 우리 사회 인권보장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동안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약 2만 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형사 처벌되었고, 이로 인해 당사자 및 가족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o 이와 같은 내용의 법률안이 그대로 제정된다면,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와 시민사회는 물론, 큰 기대를 가지고 주목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복무 영역과 기간 등 구체적 제도안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점, 심사기구를 국방부 산하에 설치할 경우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힘든 점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2018. 12. 28.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
출처-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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